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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5년차 동물보호활동가, 천상의 목소리 배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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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8-09 21:21 조회4,99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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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녀가 빛나고 있다
15년차 동물보호활동가, 천상의 목소리 배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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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의 ‘자연’을 조용히 음미하다 보면 풀잎 위로 촉촉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땀을 부드럽게 식히며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계절의 순리에 맞게 피고 지는 꽃들이 떠오른다.

배다해는 오고가는 계절처럼 자연스럽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 놓치기 쉬운 삶의 가치들을 잃지 않으려 자신만의 속도로 삶이라는 무게를 차곡히 견뎌나가는, 마치 인화되기 전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날로그 필름 같았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고통을 느낀다‘라는 말을 가슴에 간직한 사람은 적어도 사람의 고통을 가장 우위에 둔 사람은 아닐 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15년째 동물보호활동을 해오고 있다. 동물의 복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전무후무하던 시절, 그녀는 작은 나라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동물보호 운동에서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한 민원을 넣고, 탄원서를 쓰고,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동물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개, 고양이 식용금지 청원이 20만을 훨쩍 넘었을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한시름 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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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이 싫어 도망치고픈 마음에 산 속에 집을 알아보기도 했던 그녀.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지옥 같은 상황을 오랜 시간 지켜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무너져버린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결정들을. 그러나 그녀 곁에는 강해져야 한다며 마음 다독여줄 동료들이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아직 우리 곁에서 반짝이고 있다.

P20180727_135442117_28490E73-DA23-45E1-8955-F98C9AC7C74D.JPG▲ 자신의 집에서 막내 고양이 나타샤를 안고 있는 배다해

Q. 제게는 너무도 유명한 분이지만 혹시 배다해씨를 모르는 독자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배다해입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고요, 2010년에 그룹 ‘바닐라루시‘로 데뷔를 했다가 지금은 8년차 솔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KBS예능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서 불렀던 ‘넬라판타지아’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뮤지컬 배우 활동을 이어오다 최근에는 팝페라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세 마리의 고양이, 준팔, 아르, 나타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아르와 나타샤는 2012년에 가수 이효리씨가 구조해서 입양이 안 되고 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아르는 구조당시 족제비 새끼를 비롯해 13마리의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고 해요. 때문에 탈진해서 입원 중이었죠. 새끼들은 예뻐서 모두 입양 갔지만 아르와 함께 새끼 고양이 나타샤가 남아 있어 제가 데려오게 됐습니다. 준팔이는 2014년에 SBS동물농장을 통해 입양했고요. 당시 준팔이는 주인에게 버림받아 거식증에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Untitled-11.jpg▲ 거식증에 걸렸던 준팔이는 이제 체중조절이 필요해 보이는 뚱냥이가 되었다.

Q. 준팔이가 닫혔던 마음을 열고 밥을 먹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요,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이랄까요. 배다해라는 사람은 사랑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 모 동물병원 원장님께서 농담이시겠지만, 병원에 들어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잠깐 제 곁에 임시보호로 머물다 가는 아이들이 모두 건강해져 돌아간다면서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으셨어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무래도 타고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항상 고민을 하는 부분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이게 나에게 좋은 건지, 동물에게 좋은 건지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의 판단이 인간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죠.
 
Q. 당시 준팔이 입양에 관해 사람들의 오해가 있었습니다. 온기를 더하고 싶어 행동한 일에 편집된 방송만 보고 판단하는 대중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생겼을 것 같아요.
- 그런 일들은 공인이라면 너무 많이 일어는 것 같아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저희 아버지인데요, 당시 바로 해명 글을 올리고 싶은 제게 ‘가만히 있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어차피 (준팔이를)키울거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세상 모두가 알게 되는 날이 온다’면서 말이죠. 저는 이 세상에서 아빠 말만 잘 듣습니다.(웃음)
 
Q. 휴가철이어서 생각나는 질문입니다. 여행갈 때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세요.
- 언니와 형부가 저희 집과 가까운 위치에 살고 있습니다. 지방에 가거나 여행을 갈 때면 언니 부부가 고양이들을 돌봐줍니다.
 
Q. 저희 집 고양이는 무릎을 두 번 톡톡 치면 점프해 올라오는데요, 그런 개인기랄까요. 시그니쳐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나요?
- 제가 만들었는데요(웃음), 저희 나타샤가 굉장히 샤이해요. 스스로는 먼저 다가오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래서 엉덩이를 팡팡팡 기분 좋게 두드려주면서 손가락 부비는 소리를 들려주는 습관을 들였더니, 지금은 손가락 부비는 소리가 들리면 제게 다가옵니다.(웃음)
 
Untitled-11.jpg▲ 무심한듯 다정히 그녀의 곁이 되어준 아이들
 
Q. 아이들 목욕도 직접 시키시나요?
- 모든 보호자들이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방식이 제각각일 텐데요, 저는 지금까지 아이들 목욕을 한 번도 시킨 적이 없습니다. 저는 반려동물과 살아갈 때 유난을 떨지 말자는 주의입니다. 최대한 아이들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본성을 유지해주고 싶어요. 더러운 길가를 오가며 균을 매일 묻혀오는 것도 아닌데 발버둥 치며 싫다는 물에 목욕을 시키느니 사람인 내가 해줄 수 있는 다른 일들을 하자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들이 머무는 환경을 더욱 깨끗하게 관리해준다거나, 빗질을 더 신경 써서 자주 해주는 것 등이요. 목욕을 시키지 말자가 아닙니다.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은 목욕을 즐기면 되고요, 무엇이든 동물들에게 스트레스가 없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겁니다. 제게 오는 아이들이 건강해지는 이유는 아마 스트레스가 최소화된 환경을 주고자 하는 제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Q. 동물에 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 너무 많습니다. 고3때 처음으로 집에 새끼 강아지가 왔는데 언니가 귤을 먹였습니다. 이름이 ‘다비(말티즈)’인데 지금 18살이 됐습니다. 당시 귤을 먹은 다비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장님에게 혼났었죠.
그리고 최근에 고양이들에게 일어난 사건이 있어요. 아르가 계속 토를 해서 지켜보니 기존의 헤어볼을 토하는 것과 다른 모양새였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원피스에 달린 끊을 먹었었나 보더라고요. 다행히 빨리 발견해서 내시경으로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또 한 번 아르가 끈을 먹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꽃에 묶여있던 스웨이드 끈이었어요. 항문 끝에 스웨이드 끈이 살짝 튀어나와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웃음)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당시 정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병원에 갔는데 다행히 항문으로 끈이 술술 빠져 나왔습니다. 선생님께서 이건 기적이라고,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셨습니다. 고양이가 끈이나 실을 삼켰을 경우 장기가 협착 되서 잘못되는 고양이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 제가 많이 예민해지게 됐죠. 이제 배달 음식이 와도 고무밴드 하나 그냥 두지 않고 치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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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 고양이와의 삶을 모두 경험해 보셨는데 어떤가요.
- 저는 고양이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무뚝뚝한 성격이거든요. 책임감을 가지고 개를 돌보기는 하지만 만족감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Q. 소위 반려동물은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는 말들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제가 점점 고양이들 성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Q. 동물보호 운동에서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로 민원, 탄원서 제출, 서명활동을 꼽으셨는데, 이중 가장 최근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 SNS에도 올렸지만 표창원의원님께서 발의하신 ‘개식용’을 위한 불법 도살 금지 청원활동입니다. 사실 식용금지 국민청원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보다 훨씬 사회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함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것에 새삼 기뻤습니다.
 
Q. 보여주기 식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죄하고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보여주기 식의 활동도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오고 계시는 분들이 저희의 든든한 버팀목이시죠.
 
Q. 2016년에 국회에서 개최된 동물복지국회포럼 발족식에서 했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너무 작은 존재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항상 무너지고 힘들어요.’ 13년째 동물보호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하는 표현으로는 겸손 된 표현이라 생각했어요.
- 보호소 봉사활동을 해오며 솔직히 보람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해서 뭐가 바뀔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점점 커졌죠. 그럴 때 조금씩 무너지는 기분을 맛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봉사활동을 가면 기본적인 일들을 끝내놓고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나의 케이지 안에 여러 마리가 들어있어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기 힘든데요, 그 작은 케이지 안에도 서열이란 게 존재해서 온몸 여기저기에 이빨자국이 있는 아이, 혼자만 먹지 못해 비쩍 마른 아이 등 조금 더 깊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 또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꼭 보듬어 주며 너를 사랑하는 다른 생명이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주려 합니다. 한편 그런다고 한들 제가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현실을 바꿀 수 없기에 스스로 너무나 작게 느껴지곤 합니다.
 
Q. 다른 동물 식구를 늘리고픈 생각 있으세요?
- 없습니다. 준팔이도 상처가 있는 아이었고 지금 있는 아이들이 서로 잘 지내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케어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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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가요앨범을 많이 냈지만 활동은 주로 클래식 무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앨범을 내도 기존의 ‘넬라판타지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지금 목표입니다. 폴 포츠(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이자 브리티시 갓 탈랜트 우승자)와의 공연도 계획 중이고요. 새로운 소속사와 함께 이전에 없었던 아시아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저만의 진정성이 담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번외 질문입니다. 고양이들에게 노래도 자주 불러주실 것 같은데...
- 사실 나중에 아이들에게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교감하면 좋을까 생각해 봤어요. 고양이들은 개들처럼 손 줘, 장난감 물어와, 이런 교감이 적잖아요. 우리가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려주며 보내주는 방법, 그걸로 노래를 선택했죠. 가끔 ‘사랑의 송가’를 정성스레 불러주곤 하는데 언젠가 아이들에게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면 그 노래를 불러주며 우리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주고 싶어요. 벌써부터 준비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히 오고야 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노래를 불러주면 도망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웃음)